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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4년 대선을 앞둔 베네수엘라의 경제·정치·외교 분야 현안

베네수엘라 Andrea Freites Hernández Pontifical Catholic University of Chile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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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는 2024년 대선과 2025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와 경제 양면에서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대통령 정부와 야당 세력 사이의 대립으로 인한 국가적 분열, 그리고 경기 침체와 초인플레이션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불안은 베네수엘라가 직면한 뿌리깊은 문제들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정부와 야당이 진행하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마두로 행정부가 선거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현재 베네수엘라의 정치위기는 한층 더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2022년에 일시적 회복 조짐을 보이던 경제도 내부적으로는 부패 문제, 외부적으로는 미국의 제재로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이다.

7월 28에 열릴 예정인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당선된 후보는 2025년 1월 10일부터 임기를 개시해 6년의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2021년 기준 베네수엘라의 유권자 수는 총 2,180만 명이고, 2018년 대선 투표율은 46%였다. 오늘날 베네수엘라의 야당 세력들은 마두로 정부가 민주화 개혁을 수행하고 공정선거를 보장하도록 압박함과 동시에,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고 선거절차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적 안정화를 위한 필수조건으로서 시급히 필요한 요소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단합과 합의이지만, 마두로 정부가 선거제도를 통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인사를 단행하는 등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는 점은 세계의 관심을 요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베네수엘라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1) 이와 같은 맥락에서는 콜롬비아나 브라질과 같은 라틴아메리카 인접국들의 역할이 주목받기도 하는데, 이들 국가는 선거제도 개혁이나 공정∙투명선거 기반 마련 등 베네수엘라 내부의 정치적 프로세스에 관한 합의 도출을 촉진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위기가 지역 전체의 안정성과 이민 동향, 경제역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콜롬비아나 브라질 등의 영향력은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 주요 주체에 대한 압력 행사, 협상 중재, 상황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2024년을 전후한 베네수엘라의 경제 현황
베네수엘라의 2023년도 경제환경은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였다. 먼저 2023년도 전반기에는 경기 후퇴로 인한 소비 정체, 인플레이션, 구매력 감소, 기초재 부족현상의 지속, 경제정책의 급변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같은 부정적 요소들이 두드러졌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건전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긍정적 변화가 몇 가지 나타났는데, 여기에는 △마두로 정부의 인권 침해 ·반민주적 행태·부패를 문제삼아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석유∙금융 부문 등을 대상으로 부과했던 제재의 일시 완화 △미국계 다국적 에너지기업 셰브론(Chevron)과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공사(Petróleos De Venezuela S.A)의 합작벤처 진행 △환율의 상대적 안정화 △2010년대 후반 고점에 비하면 낮은 수준으로 내려온 인플레이션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긍정적 요소들은 베네수엘라 경제의 2024년 실적에 대한 일부 낙관적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베네수엘라는 2023년 11월에 공공지출 증가세가 둔화되었음에도 동년도 최대폭의 통화량 확대를 경험했다. 통계에 따르면 11월의 공공지출액 증가률은 18%를 기록해 10월의 42%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시중 통화량은 오히려 33% 증가하였다.2) 다만, 이와 같은 통화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볼리바르(VES)의 통화가치는 직전 3개월 연속 평가절하추세를 거슬러 반전하는 등 환율시장에는 큰 악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으로 2023년도 월별 물가상승률의 경우 △공공지출 축소 △세수실적 개선 △중앙은행(BCV)의 개입 △셰브론의 통화 매각에 힘입어 상승 속도가 둔화되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말에 당초 예상치를 다소 하회하는 193%를 기록했고,3)  월별 물가상승률도 11월(1.9%)과 12월(3.9%)에 최근 수개월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이러한 진정세에도 불구하고 2023년 전체를 기준으로 한 연간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베네수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온건한 수준에 머물고 경제규모도 다소간 성장하면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일부 긍정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고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례로 베네수엘라의 제조기업 중 거의 절반이 사업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상황에 있고, 이 점은 외부로부터의 투자 및 성장 잠재력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2023년 3/4분기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경험이 있는 제조기업은 전체의 41%에 불과한데,4) 이는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한 신용 긴축정책이 기업의 재원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함께 유발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는 이처럼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요소인 자본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사업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점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유동성 관리와 경제성장∙투자 촉진이라는 양대 목표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베네수엘라 산업연맹(Conindustria)의 루이지 피셀라(Luigi Pisella) 회장과 경제학자 타마라 헤레라(Tamara Herrera)도 한 인터뷰에서 상기 문제를 주요 화두로 다루었다.5) 피셀라 회장은 가용 재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산업연맹 가입 기업들의 재정 수요가 50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에서 40억 달러(약 5조 5,000억 원)로 감소했다고 지적하면서 신용 확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헤레라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이 지정한 2024년도 일반 거래허가(General License) 44호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이용하면 베네수엘라가 별도 할인 없이 석유를 판매해 외화 수입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다만 2024년 4월 18일부로 해당 제재는 재부과되었다. 

한편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앞으로 공공지출액이 재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또한 선례를 따라 환율 안정화를 위한 외화 확보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중앙은행이 이전에 활용한 전력이 있는 외화 확보책에는 통화 경매, 화폐 흐름 관리를 위한 환전 통제, 외환보유고 관리, 금리 조정을 비롯한 통화정책상의 개입 등이 있다. 

요약하자면 베네수엘라는 2024년에도 다양한 경제적 도전요소 와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통화정책 조정, 공공지출 증가세 완화, 환율 안정화 조치, 그리고 미국 OFAC의 일반 거래허가 44호를 비롯한 대외환경의 변화가 예상된다. 앞으로 베네수엘라의 장기적 경제 회복을 도모하고 국가의 기반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 효과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 노력이 더욱 큰 중요성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둔 베네수엘라의 정치환경
최근 베네수엘라 정세에 관한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정권의 정당성에 관한 의문 제기와 국제사회의 제재라는 맥락 아래 마두로 정부와 야당 측이 장기간 이어온 협상이다. 2023년 10월에 정부측과 야당 연합플랫폼(PU: Plataforma Unitaria) 측이 바베이도스에서 서명한 합의문은 정치적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데 목표를 두며,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지난 2년간 계속되었던 협상이 가져온 주요 성과물이다. 다만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이 합의문에 편파성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제대로 된 이행에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6) 바베이도스 합의문에 따르면 양측은 선거일정 발표, 선거 감독, 선거 참관단 초청, 언론보도 균형성 유지, 선거결과 수용이라는 의무를 진다. 합의에 참가한 양측은 정부 측의 제재 및 자격 박탈조치 철회, 야당계 정치범 석방 등에 관해 지금도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와 야당은 2023년에 베네수엘라 석유∙가스부문에 대한 미국발 제재의 일시 해제를 조건으로 하는 선거 로드맵에 합의했고, 높은 참여율을 기록한 야당 측 경선에서는 PU 소속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María Corina Machado)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7) 이후 마두로 대통령이 이 경선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며 출마 자격을 불인정하자 미국이 마차도 후보의 대선 출마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제재를 재개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한 때 긴장이 고조되었지만, 막판 합의에 따라 피해 후보들의 재심 청구가 허용되면서 상황의 추가 악화는 막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이후 현재 야당 측의 후보로 부상한 인물은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Edmundo González Urrutia, 이하 ‘곤살레스’)로, 그는 마차도와 같은 주요 정치 지도자들을 포섭하고 PU의 지지를 얻는 데에도 성공하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을 상당히 앞서는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정책 전문 컨설팅사 클리어패스 스트래티지(Clearpath Strategies)가 베네수엘라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중 66%가 변화를 원한다고 답하고 67%가 7월 28일에 예정된 대선에 참여 의향을 밝혔으며, 곤살레스 후보는 지명도 96%, 선호도 54%를 기록하면서 선호도 35%의 마두로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통합 야당측 유권자들과 마차도 등 핵심 인물들의 지지를 확보한 곤살레스 후보는 지금의 추세가 유지된다면 오는 대선에서도 당선이 기대되며, 그의 당선 여부가 선거의 정당성에 대한 인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8)

한편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대통령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세를 안정시키고 민주적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선일에 선거 패자의 생명권 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투표를 병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콜롬비아와 브라질은 이전에도 베네수엘라의 정치위기 해소와 민주화 개혁을 지원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이번 국민투표 제안은 라틴아메리카의 역내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들 국가의 의지를 보여준다.9) 10) 

베네수엘라의 외교 현안: 가이아나와의 영유권 분쟁
마두로 정부는 2023년 12월, 가이아나와의 분쟁영토인 에세키보(Essequibo) 지역에 대한 병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는데, 이는 가이아나와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지역에 정치적 불확실성을 가중했다. 베네수엘라 정부 측은 법적 강제력은 없는 본 국민투표가 50%에 육박하는 투표율과 95% 이상의 찬성률을 기록했다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많은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 점은 마두로 정부의 대선 전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세키보 지역을 둘러싼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의 복잡한 관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이 영토분쟁에는 법,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측면이 존재하며, 지정역학의 변화에 따라 여러 요소가 가변적으로 작용한다.11)

에세키보는 베네수엘라와 영국 사이의 국경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소집된 1899년 파리 중재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당시 영국령 가이아나에 배속된 영토이나, 베네수엘라는 현재 국경선의 근거가 되는 이 중재결정에 절차상 오류가 존재하고 강대국의 영향력이 반영되었다는 이유로 그 유효성에 이의를 제기해왔다.12) 특히 최근에는 가이아나가 에세키보 지역 인근에서 석유 탐사를 실시하고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이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사이의 긴장이 더욱 심화되었다.13) 베네수엘라는 지금도 에세키보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분쟁 해소를 위한 외교적 접촉을 촉구하고 있으나, 가이아나는 중재협정에 근거해 해당 지역에 대한 주권과 자원개발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양국간 평화적 해법 모색에 노력하기로 한 1966년 제네바협정(Geneva Agreement)에 대한 별다른 배려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관련 지역의 지정학적∙경제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파리 중재결정에 대한 재검토 시도는 역내 긴장 고조와 세계 각국의 개입을 동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에세키보 지역 관련 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해 역내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제중재가 필요할 수도 있으나, 여기에서 나오는 결정이 기존 국경선을 수정하는지, 혹은 가이아나의 영토주권을 재확인하는지에 따라 국경분쟁이 재점화될 수도, 혹은 베네수엘라의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 아래 미국은 현재 가이아나측과 합동 해상기동을 실시하는 등 베네수엘라의 인접국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자국을 혁명국가로 칭하는 베네수엘라는 반미 노선을 견지하면서 미주 지역에서 경제협력이나 안보 등 이해관계를 공유하거나 정치적 방향성이 유사한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왔다. 반대로 실용주의 노선의 산유국 가이아나는 역내국은 물론 서방 공동체와도 긴밀한 관계를 지향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차이점이 양대 분쟁 당사국에 대한 미국 및 세계 각국의 인식과 지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론
현재 중대 갈림길에 서있는 베네수엘라는 여러 심각한 정치∙경제적 도전요소에 직면해 있으며, 정부와 야당 간 협상의 중단에 따른 문제와 편파선거 시도 논란은 국가 내부적 안정을 위협하고 역내 긴장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베네수엘라의 밝은 미래와 역내 안정이라는 비전의 실현을 위해서는 앞으로 협상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고 공정선거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와 야당, 국제 공동체, 시민사회 모두의 협력이 중요하다. 이외에 제재 해제, 선거의 투명성 보장, 인권 존중,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같은 요소들도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증진과 안정성 확보, 번영 촉진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 각주
1) Harrison, et al., 2024
2) Holland & Knight, 2023
3) Moleiro, 2023
4) Sirven and Zapata, 2023
5) Banca y Negocios, 2023
6) Traeder, 2023
7) Infobae, 2023
8) Infobae, 2024
9) France 24, 2024
10) (편집자주) 해당 국민투표는 민주주의 협약 마련을 위한 이벤트임
11) Romero, 2021
12) Freites, 2023
13) Salaza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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