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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권력형 비리 의혹 ... 몽골 성장의 밑거름 될까

몽골 박정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2024/07/15

석탄 관련 부패 정치인 규탄 시위 발생
2022년 12월 4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타르(Ulaanbaatar)의 정부청사 앞 수흐바타르 광장에서는 석탄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인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경찰청장은 다음날인 12월 5일, 경찰 및 중앙정보부(Mongolian Central Intelligence Agency)와 합동 실무단을 구성하여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조사 결과 몽골과 중국과의 석탄 수출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음이 드러나게 되었다. 몽골에서의 석탄 수출 가격과 구매자인 중국 측의 석탄 통관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였고, 고위공직자들과 정치인, 관련자들에 의해 차익이 수수된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한편, 오흐나깅 후렐수흐(Ukhnaagiin Khurelsukh) 몽골 대통령은 석탄 스캔들 의혹 해소를 위해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국민들에게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검찰은 동 사건에 연루된 128 명을 기소하였고,1) 부패방지청은 금번 사건에 연루된 17명의 전·현직 정치인 및 고위 공직자의 명단을 발표하였다. 

몽골 정부는 시위가 발생하기 이전인 2022년 10월부터, 대중국 석탄 수출과 관련된 의혹을 수차례 제기해왔다. 같은 해 11월 말에는 몽골 부패방지청(IAAC, Independent Authority Against Corruption)이 국영 기업인 에르데네스 타반톨고이(Erdenes Tavan Tolgoi) 대표를 비롯한 관료들을 수사하기 시작하였다. 부패방지청은 석탄 부패 규모가 약 40억 투그릭(당시 환율 기준 약 14조 원)에 달하며, 2013부터 2019년까지 벌어진 사건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에 몽골 국민들은 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수도 울란바타르의 심장부인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석탄 횡령을 자행한 관료와 정치인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시작하였다.

장기간의 경제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몽골 국민들에게 국민 모두의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몽골의 대표적인 광물자원인 석탄 수출과 관련된 부패는 묵과하기 어려운 사건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국영기업을 통해 벌어진 이번 스캔들에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였다. 석탄 부패 스캔들 규탄 시위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20~30대의 청년층이었고, 이들 중 일부는 혹한의 날씨에 상의를 탈의한 채, 부정부패 규탄과 더불어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황으로 말미암은 생활고를 토로하기도 했다. 



사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체제 전환기를 거쳐, 최근에 이르기까지 몽골의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는 의혹은 일반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그러다 후렐수흐 대통령이 총리로 재임하던 2020년 몽골 8대 총선에서 몽골인민당은 정치권의 권력남용과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총선 승리 이후에는 소위 ‘정의로운 정부’ 구축을 위한 지침을 발표하는 한편 정부행정 및 정치분야의 투명화를 위한 ‘온라인 나라’2) 등의 체계를 구축하였다.     
 
이와 같은 집권당의 정책 기조 속에 2022년 초, 수많은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몽골 개발은행 비리 스캔들이 발생하였다. 개발은행을 통해 약 1조 7,000억 투그릭(약 5,950억 원)이 대출되었는데, 대출 목적에 맞게 쓰이지도, 상환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을 지는 이가 없었고, 결국 4월 7일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였다. 오윤-에르덴(Oyun-Erdene) 몽골 총리는 시위 현장에 직접 나와 사과했고, 이어 정부 공식 발표를 통해 공직자 비리 사건을 비롯한 개발은행 대출 비리 해결을 위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하였다. 그 결과 개발은행은 1조 투그릭(약 4,098억 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2022년에 벌어진 몽골 고위층에 의한 비리와 부패 의혹에 대해 몽골 청년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몽골은 체제 전환 이후 치러진 1992년 1대 총선거 이래, 4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었고, 민주화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들은 기존 세대와는 달리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간과하지 않는다. 이들은 때때로 정치권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지만, 직전 선거에서 18~25세의 투표율은 약 62%를, 26-40세의 투표율은 69%를 기록하는 등3) 결코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지는 않는 세대이다. 몽골 인민당은 이들에 힘입어 2020년 총선거에서 승리하며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고, 2021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도 승리한 집권당과 대통령은 이들 청년층이 주도하는 대규모 시위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였으며,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부패 공직자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사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였고, 석탄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고위 공직자들과 정치인들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졌다

몽골 정부는 2023년부터 ‘5SH’4)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뇌물 및 부정부패 예방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2024년을 ‘뇌물방지의 해’로 규정하며 정부 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천명하는 등 정부 내 부패와 비리 척결에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광물유통 투명성 제고: 광물거래소 도입 
몽골 당국은 석탄 수출과 관련된 부패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기존의 장기계약 방식을 지양하고, 광물의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광물거래소 설치에 관한 규정은 석탄 부패 스캔들이 터지기 전인 2022년 1월에 몽골 의회에 제출되었으며, 사건 직후인 2022년 12월 14일 관련 규정이 승인되었다. 광물거래소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신뢰 구축, 시장가를 반영한 매매가 형성, 매매 정보 등의 투명성 제고 등을 목적으로 하며, 궁극적으로는 몽골 광물의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투자 환경을 개선하여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몽골증권거래소에서 운영하는 동 시스템을 통해 2023년 1월 첫 석탄거래를 시작으로, 각종 광물의 거래량을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거래소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내부통제 및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며, 독립 감사기관을 통해 재무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석탄 판매자는 영업일 기준 5일 전에 공고하고, 구매자들은 거래시작 30분전에 예치금을 입금하는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몽골정부는 2023년 광물거래소를 통해 전체 광물 수출의 30%를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최초 운영 당시 목표치를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왜냐하면 석탄의 주 구매자는 몽골 석탄 생산량의 94%를 수입하는 중국 기업이며, 중국 이외의 국가들은 거래소를 통해 석탄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석탄의 수출 가격은 다소 높아졌지만, 가격 인상으로 인해 전체 수출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더구나 중국의 경우, 코로나 19 기원과 관련된 호주 정부의 태도를 빌미로 석탄의 주요 수입국 중의 하나였던 호주와의 석탄 거래량을 줄이고, 몽골과의 거래를 확대했다. 아울러 최근 발생한 석탄 부패 스캔들은 구매자인 중국 측과도 연루된 사건이었고, 중국 측 관련자들 또한 중국 당국에 의한 형사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광물거래소 역시 중국이 몽골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다소 부담스러워할 것으로 예상했다. 때마침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가 종료되고, 중국은 다시 호주와의 석탄 거래량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광물거래소를 통한 석탄 거래량은 2023년 기준 몽골 정부의 목표치인 30%를 넘어 34% (1,510만 톤/7조 4,000억 투그릭, 약 3조 240억 원)에 달했다. 2023년 6월, 몽골의회는 「광물자원거래법」을 제정하였고, 몽골 증권거래소에 광물거래 자격을 부여하는 특별허가를 발급하였다. 아울러 가슌수하이트(Gashuun Sukhait) 항에 전용 게이트를 설치하여 경매가 완료된 광물이 적시에 인도될 수 있도록 하였다.5) 전자거래가 도입된 직후에는 석탄 매수 기업이 45개에 불과했으나, 시행 1년이 지나면서 244개로 증가하였다. 

한편, 2023년 광물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던 품목은 석탄(5개사), 철광석(2개사), 형석(1개사)으로, 구매자는 6개국 약 270개 기관 및 회사였지만, 2024년 초 몽골은 광물거래소 거래 품목에 구리와 몰리브덴 정광을 추가하였다. 몽골 광업중공업부는 올해 구리정광의 10%가 광물거래소를 통해 거래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6) 몽골 당국은 현재 6개 기업에 구리정광 62만 1,500톤, 4개 기업에 몰리브덴 정광 6,240톤을 공급하고 있는 국영광업회사인 EMC(Erdenet Mining Corporation)에게 총판매물량의 5%를 광물거래소에서 거래토록 하였다.7) 

시사점 및 전망
석탄 부패 스캔들에서 시작된 몽골 광물의 거래소를 통한 거래량 증가는 향후 몽골 광산업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다. 광물거래소 설립의 기본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음은 물론, 판매자와 구매자 간 신뢰 구축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광물 거래량 및 거래 시세, 거래 대상자에 대한 공시는 광물 수출입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시켜, 광물 거래를 둘러싼 부패 스캔들의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로써 몽골 광산업의 전망 또한 밝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몽골의 지리적 위치 및 석탄을 비롯한 주요 광물의 주 수요처가 중국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경기와 수요처의 요구에 더욱 긴밀하게 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몽골 광물거래소를 통한 광물의 거래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체제전환 이후 몽골의 경제는 외부로부터의 투자와 원조, 그리고 천연자원의 수출 추이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천연자원 중에서도 국영기업 석탄의 중국 수출물량은 몽골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몽골의 산업구조에서 광업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떼문이다. 2022년 기준 GDP중 광업의 비중은 25.1%에 달하며, 전체 산업생산에서도 69.2%를 점하고 있다. 전체 수출 비중에서도 84%를 차지하는 등 광업은 몽골 국가 산업의 근간이다. 광물 중에서도 석탄 수출의 비중이 가장 크며, 2022년 기준 석탄 수출량은 3,182만 1,000천 톤에 달한다.8)

석탄 부패 스캔들 규탄 시위에 유독 젊은층이 다수 참여하게 된 것도, 광업이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몽골 젊은이들의 삶과 미래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광물자원인 석탄의 유통 비리가 국영기업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사실을 앉아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몽골 정부의 높은 반응성이다.

후렐수흐 대통령과 집권당인 몽골 인민당은 부패 스캔들을 규탄하는 시위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고, 집회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태도를 보였다. 비록 정적에 대한 탄압이라는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당파를 막론한 주요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하며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몽골 행정절차의 투명성을 제고시켜 국민의 삶과 대내외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민주주의 또한 더욱 공고화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각주
1) https://ikon.mn/n/2vif(검색일: 2024.5.21.)
2) e-justice.mn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 중. 검찰의 등록정보부서가 경찰청, 법원에 제출한 민원 등의 처리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음. 동 시스템에 2017년 이후 형사 사건이 모두 등록되어있음. 국민들이 정보서비스의 ‘DAN’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이름, 전화번호를 사용, 1회 비밀번호를 받고 사이트에 입력하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 검찰 운영을 알아볼 수 있음(Unuudur 2020. 7. 3일 자.)
3) https://ikon.mn/elections/2020(검색일: 2024. 5.29.)
4) 부패행위 예방 및 신고, 신고자 보호 등 5가지 슬로건: Shugel(Whistle), Shuur (Broom), Shuvuu (Bird), Shil(Glass), Shiljuulen avah(Return), Kotra(2023), 「2024 몽골 진출전략」, p.14.
5) https://montsame.mn/en/read/335485 (검색일: 2024.6.3.)
6) 몽골 광물거래서 설명회 발표자료(2024.3.18.), https://overseas.mofa.go.kr/mn-ko/brd/m_378/view.do?seq=1345432&page=1 에서 재인용(검색일: 2024.6.1.).
7) UB POST, 2024.3.1.일자., https://overseas.mofa.go.kr/mn-ko/brd/m_378/view.do?seq=1345432&page=1에서 재인용(검색일: 2024.6.1.).
8) Kotra(2023), 「2024 몽골 진출전략」,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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