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2024년 #EndBadGovernance 시위에 대한 나이지리아 정부의 대응과 문제점
나이지리아 Moses M. Duruji Covenant University Professor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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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나이지리아에서는 부실 국정운영 종식을 의미하는 해시태그 ‘#EndBadGovernance’를 내세운 온라인 운동이 2024년 8월 주요 도시에서의 대규모 시위로 확산되었다. 이번 시위는 대중들의 폭넓은 불만을 원인으로 했다는 점에서 나이지리아 경찰의 강도 퇴치 특수부대(SARS) 폐지를 촉구한 2020년 10월의 ‘#EndSARS’ 시위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시위대는 2023년 5월 29일 볼라 티누부(Bola Tinubu) 대통령 취임 이후 나이지리아 국민의 생활이 크게 어려워진 것을 항의하며 정부의 책임성 및 투명성 강화, 국정운영 개선 등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웠다.1) 케냐에서 청년들을 주축으로 한 시위가 정부 재정안 철회를 이끌어낸 이후, 나이지리아 젊은이들도 해시태그 운동 및 시위가 변화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2)
본고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EndBadGovernance 시위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정부가 선택한 시위 대응책의 양상과 효과성에 대해서 고찰해 본다. 본문의 내용을 관통하는 주요 주제에는 공공질서 유지와 시민들의 평화적 결사권 보장 사이의 균형 유지 필요성, 그리고 나이지리아 정부의 행보가 정치∙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 등이다.
시위의 배경
나이지리아의 #EndBadGovernance 시위를 촉발한 여러 요소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생활비 상승이다. 특히 티누부 행정부의 양대 경제정책인 석유 보조금 폐지와 나이 라(NGN) 환율 자유화는3)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경제환경을 악화시키면서 대중의 불만을 야기해 시위의 핵심 원인이 되었다.4)
나이지리아에서 ‘우리는 배고프다(ebi n' pawa)’라는 슬로건으로 2024년 2월에 발생한 국지적 단식 시위는 전국 단위 대규모 시위 발생의 초기 징후를 나타내고 있었지만, 해당 시위는 당시 별다른 국가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 나이지리아 노동의회(NLC) 및 노동조합의회(TUC) 등 노동계 주요 단체가 3일간의 파업 시위를 벌인 사례도 존재하나,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 등 일부 영역에 국한된 요구사항을 내세우면서 일반 대중의 생활비 상승이라는 보다 광범위한 문제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다.5)
이처럼 노동계가 정부의 실책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적절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소위 Z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을 주축으로 한 정부 재정안 반대 시위가 성공을 거둔 케냐의 사례는 나이지리아에도 큰 자극제가 되었다. 케냐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는 장면을 지켜본 나이지리아의 젊은이들은 자국에서도 유사한 운동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시위 전개를 결심하게 되었고, 이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X(구 트위터)에서 #EndBadGovernance 해시태그가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이 운동에 참여한 다양한 조직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했지만, 협의 끝에 2024년 8월 1일을 기점으로 10일간의 가두시위를 진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SNS상에서 시위 일정 관련한 정보에 대한 언급 회수가 급상승하자,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나이지리아 정부는 즉시SNS상의 반대론을 지원하는 등 시위를 저지하려는 조치를 취했다. 이와 같이 SNS를 활용한 시위 대응책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급변하는 상황에 맞서 순발력과 적응력을 발휘한 사례로 평가해볼 수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의 시위 저지 노력
최근 케냐와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유사 성격의 시위가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 상황에서 자국 내#EndBadGovernance 시위가 전국적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자, 티누부 행정부는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대규모 시위를 저지하고자 노력했다.6)
나이지리아 정부가 동원한 첫 번째 전략은 이그보(Igbo)족이 해당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의 확산으로, 이는 2023년 대선에서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한 나이지리아 남부의 양대 주요 민족 중에서 티누부 대통령의 우군이었던 요루바(Yoruba)족을 자극해 암암리에 민족적 긴장을 유도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특히 바요 오나누가(Bayo Onanuga) 나이지리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그보족 출신 노동당(Labour Party) 대선 후보였던 피터 오비(Peter Obi)가 시위를 후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불의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오비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면서 이 전략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7) 한편 X의 ‘Lagospedia’ 계정이 주도한 친정부 운동 참여자들은 ‘이그보족은 떠나라’라는 의미의 ‘#Igbomustgo’ 해시태그를 사용한 활동을 벌였다.8) 하지만 이그보족 SNS 사용자들이 시위와의 연관성을 부정하면서 위 주장이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자, 나이지리아 정부는 일련의 가상 집단들이 시위 불참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 전략은 잠재적 시위 지지자들의 실망과 낙담을 유도해 시위대의 힘을 빼는 데 목적을 둔 것이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여기에 더해 종교집단과 전통 공동체의 지도자들이 시민들의 시위 불참을 설득해줄 것을 기대하고 이들을 수도 아부자(Abuja)로 초청하기도 했다.9) 또한 시위 개시일인 8월 1일이 점차 다가오자 정부측은 폭력배들이 시위의 주도권을 빼앗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 이 때문에 국가경제와 사회적 응집력에도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10)
한편 8월 1일을 앞두고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들은 나이지리아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안전경보를 발령했다. 이 안전경보는 과거 사례에 비추어볼 때 나이지리아에서 교통 통제 혹은 마비, 검문, 물리적 충돌과 같은 사태가 우려된다며 치안병력과 시위대의 충돌이 예상되는 장소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11) 외국 정부의 이와 같은 대응은 나이지리아 국민들 사이에서도 긴장을 유발했고, 현지 주민들이 소요사태에 대한 공포심에 휩싸여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 개시를 목전에 둔 나이지리아에서는 학생들의 피해를 우려한 대부분의 학교가 방학 일자를 앞당겼고, 민간기업 및 군소 지방정부 근로자들은 8월 첫 주에 아예 출근을 자제할 것을 요청받았다.12) 연방정부와 주정부 근로자들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출근 자제 요청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시위의 확산을 최대한 막으려는 정부측의 노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들 중 많은 수가 평일에도 자택에 머물렀다.
그러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위 발생을 막을 수 없음이 명백해지자, 라고스(Lagos)주 주지사와 연방수도지구(아부자) 장관은 사법부를 통해 시위의 영향력을 제한하고자 했다. 법원의 승인을 받은 가처분 명령은 시위대 진입 가능 지역을 라고스주 오토자(Otoja)에 소재한 소재 가니 파웨인미 공원(Gani Fawehinmi Park), 그리고 아부자 소재 국립 스타디움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조치는 대중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회적 질서와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13)
8월 가두시위의 전개 과정
10일간 시위 중 첫 이틀에 걸쳐서는 국토 남부와 북부를 망라한 나이지리아 전역 주요 도시에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많은 시민들이 국정운영 개선을 요구하면서 거리로 나서는 등 시위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또한 정식 가두시위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많은 주민들이 외부 출입을 삼가면서 시가지가 텅 빈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14) 초기 시위 참여자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면서 많은 나이지리아 국민들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표어를 외치는 평화적 시위행태를 준수함으로써 폭력행위에 대한 자제력, 그리고 시위의 본래 목적을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15)
3일차에 접어든 시위는 이전보다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다. 그러자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전에 비해 더욱 강경한 방식으로 시위에 대응하기 시작했고, 치안병력이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키고 일부 인원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16) 한편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의 일부 시위대가 러시아 깃발을 흔드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외국의 내정간섭에 대한 우려도 심화되었으며, 이후 경찰이 해당 사안에 연루된 외국인을 체포한 사례, 그리고 시위대 일부의 정권교체 구호가 내란 시도로 규정된 사례 등으로 인해 긴장이 점차 더욱 고조되었다.17)
이어 시위 6~7일차에는 이전보다 늘어난 폭력성이 관찰되었고, 치안병력과 시위대의 충돌도 더욱 빈번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안당국이 시위대 폭행, 최루탄 사용, 실탄 발포와 같은 인권침해를 저지르거나 인명피해를 야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는데,18) 국제 엠네스티에서는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수를 13명으로 집계한 반면, 나이지리아 경찰이 발표한 사망자 수는 그 절반 수준인 7명에 그쳤다.19) 이 밖에 상점 약탈과 방화 등 각종 범죄도 나이지리아의 사회적 혼란상을 더욱 가중시켰고, 시위의 양상이 가장 격렬했던 나이지리아 북부의 일부 지방정부는 폭력사태 통제를 위한 24시간 통금령을 시행하기도 했다.20)
시위 8~9일차에는 당사자들 사이의 생산적 대화를 촉구하는 시민사회와 국제기구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고, 8월 10일부로 시위가 공식 종료된 이후에는 거리를 청소하고 정상화하는 작업도 개시되었다. 하지만 10일간의 시위를 촉발했던 근본적 문제 자체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게 되었다.21)
나이지리아 정부의 시위 대응방식
#EndBadGovernance 시위의 근본적 원인은 나이지리아 국민들의 불만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티누부 행정부는 시위대에 매우 강경한 자세로 일관했고, 온라인에서 활동하며 실체도 제대로 드러내지 않은 시위 지도자들이 소요사태를 부추겼다고 비난하면서 이들과의 만남도 거부했다. 가두시위 당시에도 나이지리아 당국은 시민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대신 치안병력을 동원해 시위 참여자들을 위협하고 시위를 최대한 저지하는 데 노력을 집중했다.22) 나이지리아 정부가 시위의 추동력 약화를 위해 동원한 전술 중 하나는 금전을 대가로 폭력배와 빈곤 노숙자 청년들을 동원해 시위대를 위협하는 것이었으며, 이 전술은 특히 티누부 대통령의 출신지인 나이지리아 남서부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23) 나이지리아의 과거 수도였던 라고스의 경우, 정부측에 동원된 아프리카 전통종교 신봉자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통성기도를 올리고, 잠재적 시위 참여자들을 저주하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토착신앙에서 선조들이 땅을 정화하기 위해 가면의 형태로 세상에 나오는 시기라고 믿는 요루바족 오로(Oro) 축제의 개최일자도 10일간의 시위와 겹치는 8월 초로 결정되었는데, 이 또한 문화∙종교적 전통을 동원해 시민들의 시위 참여를 막기 위한 전술 중 하나였다.24) 이처럼 시위의 추동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여러 전술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두시위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해지자, 나이리지아 정부는 주요 도시와 마을에서 치안병력을 대규모로 동원해 잠재적 시위 참여자들을 겁주거나25) 시민들이 시위기간에도 일상에 종사할 것을 독려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의 노력을 펼쳤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EndBadGovernance 시위는 전국에서 수백만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26) 나이지리아 북부를 중심으로 한 여러 지역에서는 치안당국이 동원한 강경책이 오히려 시위대의 폭력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일례로 나이지리아 정부는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가두시위를 특정 장소에 국한시키는 법원의 가처분 조치를 신청해 승인 받았는데, 이처럼 시위에 제약을 가하려는 정부측의 시도는 오히려 사회적 긴장을 더욱 부추겨 각지에서 무력충돌과 폭동을 초래했고, 그 와중에 시위대측의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한편 시위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8월 10일 이후로도 약 1,000명의 시위 참여자들이 체포되어 지금까지도 구금 상태에 있는데, 이는 현정부에 의해 임명되는 등 정권의 영향을 크게 받는 판사들이 정부의 가처분 신청을 그대로 승인해주면서 발생한 사태라고 할 수 있다.27)
티누부 대통령은 당초 부실 국정운영의 종식을 요구하던 청년들과의 대화를 거부함으로써 강력한 지도자의 면모를 대내외에 보이고자 했으나, 시위가 확산일로에 있던 3일차에 이르러서는 그도 당시 상황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의 연설이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나이지리아 당국은 시위 종료 이후에도 주동자들을 테러리스트 및 내란범죄자로 규정해 색출하는 작업에 돌입했고, 시위 지원 혐의를 받는 인물들의 은행계좌에는 동결조치가 가해졌다. 이러한 은행계좌 동결은 나이지리아 내 반대파 진영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로 평가받기도 한다.28)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외에도 노동계 지도자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해 단속하거나 SNS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한 언론인들을 체포해 정식 재판 없이 구금하는 등 강경한 태세를 지금까지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나이지리아의 독재 경향 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결론
2024년 8월의 10일간 시위로 정점을 찍었던 #EndBad Governance 시위는 나이지리아의 정치∙경제적 문제점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냈지만, 각종 폭력사태나 일부 시위대의 정권교체 등 무리한 요구사항 때문에 시위의 본래 취지가 다소 퇴색된 측면도 존재한다. 또한 나이지리아 정부가 강경 일변도의 대응방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이번 시위가 유의미한 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기도 하다.
이번 #EndBadGovernance 시위의 취지와 양상, 한계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은 단순히 시위를 통제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과 유의미한 대화를 나누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청년층의 국정 참여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정책의 책임성을 보장하고 개혁을 주도하는 국가적 전략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구성요소이다. 아울러 국정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기존의 기계적 정책결정 방식에도 변혁을 가함으로써 중요 경제정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보다 철저하고 포용적이며 소통에 기반한 프로세스를 확립하는 것도 미래 주요 과제 중 하나이다.
* 각주
1) Ehigiator, 2024
2) Ripples Nigeria, 2024
3) BBC, 2024
4) Yadav, 2024
5) Ayodele, 2024
6) ICYMI, 2024
7) Wahab, 2024
8) Agbakwuru, 2024
9) Amodu, 2024
10) Emenike et al., 2024
11) Paulcraft, 2024
12) Ogunsuyi, 2024
13) Ogunrinde, 2024
14) kenroye, 2024; Princewill & Busari, 2024
15) Akenroye, 2024
16) Achirga & Ibrahim, 2024
17) Ewokor & Muia, 2024; Ridwan, 2024
18) Osae-Brown, 2024
19) Are, 2024
20) Adeyemi, 2024
21) ICYMI, 2024
22) Akenroye, 2024
23) Atungwu, 2024
24) Omobola, 2024
25) Adepegba & Odeniyi, 2024
26) Akernroye, 2024
27) Chibundu, 2024
28) Jannamik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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