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중동부유럽의 청년 일자리 문제와 창업지원을 통한 해결 방안
중동부유럽 일반 Mihajlo Djukic Institute of Economic Sciences Senior Research Associate 2024/11/29
You may download English ver. of the original article(unedited) on top.
중동부유럽의 청년 일자리 문제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여러 전문가 및 정책결정자들은 극도로 높은 청년실업률을 유럽의 핵심적인 사회경제적 문제로 지목했다. 2013년 당시 유럽연합(EU)의 청년실업률은 23.7%였고, 그리스와 스페인, 크로아티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청년실업률이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적 손실 이외에도 사회적 긴장 고조, 고급인력의 국외 유출 등 국가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1)
다행히도 10년이 흐른 오늘날의 유럽은 경제적 상황 개선과 각종 취업 지원정책 아래 청년층을 비롯한 인구 전반의 실업률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특히 EU 차원에서 시행한 청년고용 이니셔티브(YEI) 및 이에 따른 청년 일자리 공약(YG: Youth Guarantee)2)이 청년실업률을 줄이는 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3) 2023년을 기준으로 27개 EU 회원국 내 청년(15~29세) 실업자 수는 약 450만 명이고, 청년실업률은 2009년 이래 최저치인 11.2%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유럽 안에서도 청년 실업률은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유럽에서 가장 낮은 청년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독일(5%)과 체코(5.2%)에 비해 중동부유럽,4) 그 중에서도 발칸반도에 위치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그림 1>에 따르면, 크로아티아와 슬로바키아에서는 지난 10년간 청년실업률이 점차 줄어들어 최근에는 EU 평균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 도달했고, 크로아티아의 경우 2014년에 32.3%에 달하던 청년실업률을 2023년에는 13%까지 낮추는 데에 성공했다. 한편 EU 가입 후보국인 세르비아의 청년실업률은 1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2023년 기준 18.5%라는 수치는 여전히 중동부유럽 내 조사 대상국 중 최고치에 해당한다.5)
중동부유럽 내에서도 비교적 경제적 발전이 더딘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역내 통계치의 전반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청년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교육과 취업 모두를 포기한 니트(NEET)족6) 청년들의 비율도 EU 평균에 비해 높다(<표 1> 참조). 국제노동기구(ILO)는 동유럽 국가들에서 15~24세 청년층의 고용률이 4명 중 1명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이 위축되면서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데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7) 또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이 누리는 경제적 수준이 부모 세대보다 떨어진다고 답변한 응답자의 비율이 중앙∙서아시아에서는 40% 전후로 나타난 데 북∙남∙서유럽에서는 52%, 동유럽에서는 53%를 기록했는데, 이는 유럽 전역에서 젊은 세대의 경제적 계층 하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8)
<그림 1> 중동부유럽 일부 국가들의 청년(15~29세) 실업률 추이(단위: %)
*자료: EU 통계청(EUROSTAT)
<표 1> 유럽 및 아시아 일부 지역의 청년(15~24세) 일자리 관련 통계치 추이(단위 :%)
*자료: ILO
(ILO 기준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몰도바, 루마니아, 러시아,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필자는 본고를 통해 지난 10년 여간의 일부 진전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의 노동시장 내 입지가 여전히 중동부유럽의 발전에 악영향을 주는 주요 문제로 남아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특히 실업률 수치가 하락했다고 해서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으로, 예를 들어 청년용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는 사례, 급여 수준이 낮거나 개개인의 능력과는 괴리된 직무에 종사하는 사례는 일반 통계가 파악하지 못하는 맹점에 속한다. 아울러 현대의 노동시장이 프리랜싱이나 부업 등 비정규직 일자리의 비중 증가와 같은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청년들이 이러한 역동적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고용지원 정책의 도입이 시급하다. 또한 임시 계약직이나 취약 부문∙비공식 경제부문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다는 청년층의 특성은 코로나19 팬데믹과도 같은 외부 충격에 대한 높은 취약성으로 이어지며, 따라서 각국 정부의 청년 지원정책도 이 점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9)
통계지표로 살펴본 중동부유럽의 청년층 일자리 현황 및 주요 문제
EU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한 중동부유럽의 청년층 일자리 현황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향후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정책적 관심이 요구된다.
비상근직(파트타임) 비율
EU 내 일자리 중 비상근직의 비중은 약 23%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중동부유럽의 경우 역내국 모두에서 비상근직 종사자의 비중이 EU 평균에 비해 낮은 것으로 집계되는데, 그 중에서도 불가리아(3%), 루마니아(4%), 크로아티아(5%)는 비상근직이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동부유럽의 청년층 비상근 근로자들 중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한 이른바 비자발적 비상근 근로자들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노동시장에서의 정식 고용기회 부족, 불안정한 근로환경 등으로 인해 많은 청년들이 상근직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윗 세대에 비해 근로경험이 모자란 청년층이 일자리 보호 시스템의 부재나 열악한 근로조건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경향도 이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비상근 근로자들 중 비자발적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루마니아(60.1%)와 불가리아(38.8%)의 경우, 양질의 취업 선택지가 부재하여 청년들이 부득이하게 비상근직으로 내몰리는 문제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니트족 비율
본고에서 분석한 중동부유럽 국가 중 루마니아(19.3%)와 세르비아(15.2%)를 제외한 대부분에서는 청년 니트족 비중이 EU 평균인 11.2%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난다. 리투아니아의 경우 청년 니트족 비중이 2014년에는 12.9%였다가 2023년에는 13.5%로 0.6%p 증가하면서, 조사 대상국 중 유일하게 청년 니트족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저학력층 실업률
초졸 미만, 초졸, 중졸 학력을 보유한 청년층의 실업률이 꾸준히 높게 집계된다는 사실은 중동부유럽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상태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3년을 기준으로 역내국 중 저학력 청년층의 실업률이 가장 높은 국가는 슬로바키아(48.1%), 크로아티아(41.5%), 세르비아(28.4%)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EU 평균인 18.6%를 하회하는 국가는 폴란드(10.7%), 라트비아(17.2%), 체코(17.7%) 등 3개국에 그쳤다.
저학력층 고용률
위 항목의 후속으로 저학력 청년층의 고용률을 살펴보면 중동부유럽 내 일부 국가의 저조한 교육 인프라 수준이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저학력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출 수준은 국가별로 상당한 편차를 보이며, 일부 국가의 경우 EU 평균에 현저하게 미달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림 2> 중동부유럽 청년층(15~29세) 비상근 근로자 중 비자발적 근로 비중(단위:%)
*(불가리아) 최신자료 2017년도판; **(에스토니아) 기준자료 2015년도판; ***(슬로베니아)최신자료 2021년도판 ****(슬로바키아) 최신자료 2020년도판
<그림 3> 중동부유럽 청년층(15~29세) 중 니트족 비율(단위: %)
<그림 4> 중동부유럽 저학력 청년층(15~29세) 실업률(단위: %)
<그림 5> 중동부유럽 저학력 청년층(15~29세) 고용률(단위: %)
*<그림 2~5> 자료: EU 통계청
청년층을 위한 창업지원
청년 창업지원은 교육과정 졸업생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해주고, 청년들이 자신의 커리어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경영인을 지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창업지원과 교육은 취업에 필요한 경험과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반 구직자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이 점에 주목한 일부 전문가들은 경영지식을 현대 노동시장 진입에 필수적인 기초역량으로 평가하기도 한다.10)
EU에서는 청년들이 창업에 보이는 기초적 관심도와 실제 창업 노력의 수준 사이에 어느 정도의 괴리가 관찰된다. 한 조사에 의하면 15~30세 응답자들 중 회사원으로의 취직보다 자영업을 선호한다는 답변의 비율은 40%에 달하지만, 실제로 스타트업 창업을 구상하고 있거나(5%) 업력 3.5년 미만 신생기업을 경영하고 있는(4%) 청년층의 비율은 매우 낮았다.11)
국가별 통계를 분석해 보면 자영업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도와 창업활동의 빈도가 상호 연관성을 지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U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중동부유럽 내부적으로도 자영업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데, 리투아니아(59%) 및 크로아티아(57%)의 경우 일반 취직보다 자영업을 선호한다는 청년층 응답자 비중이 높았으나, 에스토니아는 이 비중이 28%에 그쳤다. <그림 6>은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 각국 청년들의 자영업 관심도가 2014년에서 2023년까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수치화해 보여준다.
청년들의 창업활동을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로는 자본과 자원의 부족, 실패에 대한 공포, 역량 부족이 있다. OECD측 자료에 따르면 청년들이 자신의 창업능력에 대해 가장 큰 자신감을 보인 국가에는 폴란드,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순이며, 실패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청년들의 비율 또한 폴란드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약58%).12)
한편 스타트업의 성장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 능력에 대한 평가에 관해서도 국가별 유사점과 차이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중동부유럽의 조사 대상국 대부분에서는 젊은 기업인들이(18~30세) 경제활동인구 전체(18~65세)에 비해 이러한 기업활동을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발견되었다. 단,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등 3개국에서는 오히려 청년 기업가들이 미래의 기업활동 잠재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세대 간 역전현상이 관찰되었다.
<그림 6> 중동부유럽 청년층(15~29세)의 2014~2023년간 자영업 관심도 증감률
비고: (녹색) 증가율이 큰 국가; (적색) 감소율이 큰 국가; (회색) 증감율이 크지 않은 국가
* 자료: EU 통계청
결론
중동부유럽은 지난 10년간 청년실업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하는 데 성공했고, 특히 청년 일자리 공약이 시행된 이후로는 유럽 국가 대부분에서 청년 니트족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출을 독려하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 8.6의 실현을 향한 분명한 진전으로 평가해볼 수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 문제의 해소 수준은 중동부유럽 내부에서도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이 중 동유럽 국가들은 청년실업률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일부 국가에서는 비경제활동 인구 비율이 아직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안정화되지 못했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서는 청년들의 비자발적 비상근 근로가 빈번하게 관찰되며, EU 미가입국인 세르비아의 경우 최근에 들어서야 자체적인 청년 일자리 공약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노동시장 내 청년들의 입지에 관한 여러 중대한 도전과제 중 하나는 중졸 이하 저학력 청년층의 실업률이 높고 노동시장 참여율이 떨어지는 등 교육수준에 따른 격차가 극심하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학력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의 개혁이나 비제도권 교육 개선과 같은 조치를 고려해야 하며, 국가별로 다양한 형태를 띠는 유관 이슈들의 성격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 도입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창업지원 정책은 단순 창업 이외에도 지원 대상자 각각의 커리어 개발에 유용한 각종 역량을 길러줌으로써 청년들의 노동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청년 기업가들은 중장년층에 비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거나 신규 수출로를 모색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경향을 보이며, 이는 각국 정부가 청년 기업가들의 잠재력 양성을 위한 투자를 지속할 당위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기업활동 분야, 지원자가 속하는 청년층 내 하위그룹, 창업구상의 진척 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그 내용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각주
1) Eichorst et al. 2013
2) 24세 이하 청년이 정규 교육과정 완료 이후 4개월 내에 일자리를 찾거나 추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책
3) OECD, 2023
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규정하는 중동부유럽의 범위에는 알바니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9개국에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을 더한 12개국이 포함된다. 본고에서는 여기에 세르비아를 추가한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편집자 주: 저자의 국적이 세르비아임).
5) (편집자 주) ILO(2024c) YEI 프로그램은 EU 및 주변 지역의 청년 고용 상황 개선을 위해 도입된 프로그램으로 세르비아에서는 2016년 첫 단계가 시행되었고(https://socijalnoukljucivanje.gov.rs/en/about-us-2/youth-employment-initiative/the-first-phase-of-yei/), 서발칸 3국(알바니아, 코소보, 세르비아) 에서는 2020년 10월 EU 이사회의 권고에 따라 YG 제도를 수립, 이행 및 개선하기로 약속하였음
6)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 취업과 교육, 직능훈련 모두에 참여하지 않는 인구를 지칭
7) ILO (2024a)
8) ILO (2024b)
9) Eurofound, 2021
10) Stergiou & Filippidis, 2023
11) OECD, 2024
12) OECD, 2024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 및 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전글 | [이슈트렌드] 폴란드, 인공지능(AI) 투자와 디지털화 전략으로 경제성장 가속화 | 2024-11-28 |
---|---|---|
다음글 | [월간정세변화] 미국 대선 이후 중동부유럽에 미치는 영향 분석 | 2024-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