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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러시아의 브릭스 경제협력 방안과 시사점
러시아 박지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전문위원 2025/01/31
브릭스의 확장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브릭스(BRICS)는 2024년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UAE 등 4개국이 공식 가입하며 기존의 5개 회원국에 더해 총 9개국의 연합체로 확대되었고, 2025년 1월부터 9개의 파트너 국가들이 합류하여 외연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브릭스의 세 불리기가 곧 서방 세력에 반대하는 국가들의 연대 강화와 동일시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브릭스에 참여하고자 하는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일극화된 국제질서에 대한 대안 체제로서 브릭스의 역할에 대해 일정 부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아시아, 중동 등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를 중심으로 약 40개 국가가 회원국 가입 의향을 보이고 있다.1)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한 회피 방안의 하나로 점차 몸집을 키워가는 브릭스를 활용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자국에 대한 경제제재의 영향을 최소화하기를 원한다.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을 중심으로 교역, 투자, 산업 등의 경제활동 전반에 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되, 단기적으로 브릭스 국가 공동의 경제적 필요에 부합하며 자국의 제재 회피에도 도움이 되는 협력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향후 협력을 심화하고자 한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Eurasian Economic Union),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등 러시아가 주도하는 기존의 국제 협력체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브릭스가 외연 확장성의 측면에서 가장 가시적으로 성과가 있으며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고 볼 수 있다. EAEU는 회원국의 경제 규모가 제한적이며, SCO는 주 로 외교·안보적인 목적으로 구성된 협의체로 경제적 어젠다는 비교적 최근부터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반면, 브릭스는 초기부터 회원국 간 경제협력을 위한 목적으로 조직되었으며 주요 회원국들의 경제 규모가 크고 이를 기반으로 주변국들에 대한 영향력 확장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러시아의 브릭스 공동 상품 플랫폼 조성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다양한 상품 수출에 제약을 받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브릭스 공동의 상품 거래 플랫폼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 가장 큰 타격을 주는 상품 수출 관련 제재는 주로 에너지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데, 러시아는 우방인 중국, 인도, 튀르키예 등으로 수출시장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서방의 제재를 극복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이 밖에도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곡물, 다이아몬드, 우라늄 등에 대해서도 자국 내 수입 금지 등의 제재를 도입하고 있는데, 러시아 정부는 각각의 제품에 대해 브릭스를 통한 공동시장의 창설과 이를 기반으로 한 자국 제품의 수출시장 확보 등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곡물의 경우, 러시아는 현재 선진국 중심의 곡물 거래를 글로벌사우스 중심으로 변모시키기 위하여 ‘브릭스 곡 물거래소(BRICS Grain Exchange)’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10월 러시아의 카잔(Kazan)에서 개최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공정한 농업거래 시스템 개발’을 기치로 브릭스 국가만의 곡물 거래소 설립에 합의하였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확장된 브릭스 국가들은 연간 12억 4,000만 톤의 곡물을 생산(세계 생산량의 44%)하고 12억 3,000만 톤(세계 소비량의 44%)을 소비하게 되어2) 글로벌 생산과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브릭스 국가들이 사용하는 시장 벤치마크는 시카고거래소(CME)의 달러화 표시 곡물 가격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브릭스 국가들에게 유리하지 않다. 상당수의 남반구 국가들이 현재 국제 곡물거래소(CBOT: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거래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브릭스 곡물거래소가 설립되면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이 식량안보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국제 곡물거래소(CBOT) 참여국(주황색)
자료: “РЕГИОНАЛЬНАЯ ЭКОНОМИКА: КОММЕНТАРИИ ГУ” Банк России, № 26, март 2024.
<그림 2> 글로벌 곡물 수출에서 비중(%)
자료: “РЕГИОНАЛЬНАЯ ЭКОНОМИКА: КОММЕНТАРИИ ГУ” Банк России, № 26, март 2024.
두 번째는 다이아몬드 관련 플랫폼으로, 러시아는 서방의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 제한 등의 제재를 브릭스 다이아몬드 공동 플랫폼 개설을 통해 돌파하고자 한다. 2023년 12월 G7 정상회의에서 서방 국가들은 2024년 1월부터 러시아에서 채굴, 가공된 비공업용 다이아몬드의 수입을, 3월부터는 제3국에서 가공된 러시아산 다이아몬드의 수입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제재안의 도입을 결정했으며 이를 위해 다이아몬드 교역 추적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러시아는 글로벌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데 제재 등의 영향으로 2023년 채굴량은 전년 대비 11% 감소한 3,732캐럿, 수출량은 12% 감소한 3,242캐럿(약 5조 3,700만 원 규모)에 그쳤다.3) 또한, 러시아 다이아몬드 생산의 약 95%를 차지하는 국영기업 알로사(Alrosa)와 알로사의 CEO는 EU와 미국의 제재 대상 명단에 포함된 상태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브릭스 플러스(BRICS+)4)내에서 ‘다이아몬드 대화 플랫폼(diamond dialog platform)’을 출범시켰다.
러시아와 남아공은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채굴 국가이며 인도는 가공의 중심지,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다이아몬드 소비시장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참여국들은 공급망 내에서의 공동 부가가치 창출, 마케팅 프로그램 지원, 책임 있는 채굴 및 거래에 대한 표준 지원 등의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5) 브릭스 내 다이아몬드 산업 관련 협력은 브릭스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논의되어 왔는데, 2024년 브릭스 정상회의를 통해 협력의 구체적인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향후 다이아몬드 플랫폼을 다른 귀금속 산업으로 확대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세 번째는 원자력 발전 관련 내용이다. 러시아는 확대되는 글로벌 원자력 발전 시장에서 영향력 증대를 위한 포석을 마련하고 브릭스 플랫폼을 통해 시장을 조정하고자 한다. 원자력 관련 산업은 서방의 필요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분야로, EU는 러시아로부터 핵연료 및 기자재 수입, 기술협력 등을 지속하고 있으며 미국은 2024년 5월에야 러시아산 우라늄의 자국 수입을 금지한 바 있다. 현재 브릭스 회원국이 가동 중인 원자력 발전소 용량은 390기가와트(GW)이며 추가로 66GW 용량의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 중인데, 러시아 국영기업인 로스아톰(Rosatom)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에너지 생산량 증가분의 최소 3분의 2는 브릭스 국가에서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6) 2024년 제16차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핵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이 참여하는 핵에너지 플랫폼의 첫 회의가 개최되었으며 향후 플랫폼의 운영 및 상호 협의안 등도 논의되었다.
브라질 측은 “브라질은 핵연료를 생산하고 있으나 기술적인 지원과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브릭스 플랫폼의 협력을 통해 이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며, 이 플랫폼의 협력이 유익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히며7) 만족감을 표명하였다. 향후 정례 회의 개최를 통해 회원국 간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질 것이며, 공급자 관점에서 러시아의 입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 플랫폼은 향후 브릭스와 브릭스 플러스 내에서 성장하는 핵에너지 시장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는 현재 자국 내 전기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향후 크게 확대하여 원자력 부문의 발전을 촉진할 계획이며, 원자력 개발 역량이 낮은 브라질은 러시아의 주도 하에 주도의 보완적인 관계 구축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그림 3> 러시아의 에너지원별 발전량(단위: GW)
자료: Global Energy Monitor, “Energy in the BRICS,” Oct. 2024.
<그림 4> 브라질의 에너지원별 발전량(단위: GW)
자료: Global Energy Monitor, “Energy in the BRICS,” Oct. 2024.
전망 및 시사점
브릭스의 확장은 좁은 의미에서 러시아의 서방 제재 대응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상품 협력 플랫폼의 운영이라는 관점에서는 향후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을 유인할 확장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는 서구 중심의 세계화와 경제성장 방식에 의구심을 가진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의 필요와 현재 자국의 경제적 필요성을 융합하여 브릭스 플러스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상품 플랫폼의 성장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참여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현재 일정 수준의 구심력은 갖춘 것으로 평가되나 향후 지속적인 성과 창출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여러 가지 플랫폼이 회원국들의 필요에 의해 구성되었고 이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게도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므로, 회원국들은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것이다. 다만 러시아의 브릭스 기반 플랫폼이 초기 성립 단계에 불과하므로 현재로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며, 참여국들의 실익 창출 여부에 따라서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현재 브릭스에 회원국으로 참여하거나 파트너 국가가 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브릭스 상품 플랫폼이 활발히 운용될 경우, 상품에 따라서는 교역이나 비즈니스에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다만, 추후 상품별 플랫폼의 발전 방향을 주시하면서 브릭스 국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 각주
1) “What is BRICS, which countries want to join and why?” https://reuters.com/world/what-is-brics-who-are-its- members-2023-08-21, (검색일: 2024년 12월 26일)
2) “Russia has submitted a proposal to the BRICS countries to create a grain exchange,” https://oreanda-news.com/ en/gosudarstvo/russia-has-submitted-a-proposal-to-the-brics-countries-to-create-a-grain-exchange/article1511871/, (검색일: 2024년 12월 28일)
3) “Russia cut diamond production 11%, export 12% in 2023 – Kimberley Process data,” https://interfax.com/news –room/top-stories/103992, (검색일: 2025년 12월 28일)
4) BRICS Plus는 2017년 중국 샤먼에서 열린 BRICS 정상회담에서 의장국 중국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으며, BRICS와 다른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간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 “Launch of BRICS+ diamond dialog platform to strengthen ties – Russian Finance Ministry,” https://tass.com/ec onomy/1854115, (검색일: 2024년 12월 30일)
6) “Nuclear energy platform to guide projects in BRICS countries,” https://esi-africa.com/regional-news/brics/nucle–ar-energy-platform-to-guide-projects-in-brics-countries, (검색일: 2024년 12월 30일)
7) “BRICS members set to increase nuclear energy cooperation,” https://world-nuclear-news.org/articles/brics-mem –bers-set-to-increase-nuclear-energy-cooperation, (검색일: 2025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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