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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불가리아·루마니아의 솅겐 가입과 동유럽의 유럽화

중동부유럽 일반 김철민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학대학 교수 2025/02/26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EMERiCs 중동부유럽 ”으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불가리아·루마니아의 ‘솅겐 조약’ 가입과 그 의미
현지 시간으로 2025년 1월 1일,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유럽에서 조약 가입국 사이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Schengen Agreement)’의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그 결과 솅겐 조약 가입국은 현재 총 29개국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7년 1월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완전한 유럽 국가의 일원이 되기 위해 ‘유로존(Eurozone) 가입’과 ‘솅겐 조약 가입’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여러 노력의 결과 양국은 2024년 3월 (부분적) 솅겐 회원국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불법 이주민 및 난민 유입을 우려하는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서유럽 일부 국가들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항공과 해상 출입국에만 솅겐 가입국 지위를 허락받는 수준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독일 등 일부 국가의 강력한 후원 속에 2025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육로 국경 통제가 해제됨에 따라,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국민은 이제부터 진정한 유럽 시민이라는 인식과 함께 유럽 국가 복귀에 따른 ‘통합 전환’의 사회, 심리적 효과를 누리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를 향한 ‘유로존 가입’ 장벽은 여전히 매우 높은 상황이다. 2023년 1월 유로존과 솅겐 조약 가입을 동시에 이룬 크로아티아를 모델 삼아, 불가리아는 2025년 1월 21번째 유로존 회원국 가입과 29번째 솅겐 조약국 가입을 동시에 추진해 왔다. 하지만, 2024년 6월 유럽중앙은행(ECB: European Central Bank)은 불가리아가 여러 수렴조건(인플레이션율, 국가부채, 환율, 장기 이자율, 법률 호환성) 중 5.1%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최대 3.3/ 2024년 5월 기준)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하였다. 그 결과 유로존 가입은 실패하고, 솅겐 조약 가입만 비준된 것이다. 불가리아 정부는 2026년 1월을 목표로 다시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거 유로존 가입 시 예외 조항을 적용해준 크로아티아와 달리 선택적 적용(opt-out)1)없는 유럽환율 메커니즘(ERM:European Exchange Rate Mechanism) II2)적용 등 유럽중앙은행(ECB)이 후발 국가들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국내 불만이 확대되는 점은 불안정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한편 루마니아의 경우에는 2029년을 목표로 ‘유로존 가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도 ERM II 적용을 받지 않는 등 그 가입 시기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화 개념 발전 속 동유럽
지난 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로부터의 전환 이후 동유럽 국가들은 EU와 유로존 그리고 솅겐 조약 가입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과 그 결실은 ‘유럽화(Europeanization)’라는 단어로 대변된다고 할 수 있다. 유럽화의 개념 정의를 통해 보더라도 유럽화 정착은 동유럽 국가들의 체제 전환, 그리고 진정한 유럽 국가로의 복귀를 향한 의지와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실제, 동유럽 국가들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로 상징되는 사회주의 체제 전환 이후로 “자 이제부터 유럽이다!(Europe Now!)”란 구호 속에 EU와 솅겐 조약 그리고 유로존 가입을 강하게 추진해 왔고, 이를 통한 ‘진정한 유럽 국가로의 복귀’와 ‘유럽화 완성’을 희망하여 왔다. 유럽화 관련 논쟁과 이론적 개념 정의는 1992년 2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EU 조약’ 체결, 그리고 뒤이어 1993년 11월 ‘마스트리히트 조약’ 발효에 따라 유럽통합을 상징하는 EU로의 변모가 시작된 이후부터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논쟁들은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대두된 동유럽 국가들의 사회주의 체제 전환 과정, 그리고 이 국가들의 진정한 유럽 국가로의 편입과 유럽 복귀를 상징하는 EU와 유로존, 솅겐 조약국 가입 의지를 불태우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과학적 개념에 따르자면, ‘유럽화’란 단순하게 ‘더 유럽적인 것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일반적, 통상적 개념으로는 ‘유럽 대륙의 정체성이나 정치성이 대륙 내 국가-민족의 정체성과 정치성의 이상안에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해석해 보자면, 유럽화란 ‘(유럽통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EU의 정치-경제적 역동성이 각 국가의 정치와 정책 결정 및 조직적 논리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이 ‘유럽화란 회원국들이 다양한 차원에서 개혁과 변화를 통해 EU 차원의 세계화와 지역화에 적응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질적인 유럽화 정의와 이론적 개념 수립은 EU의 탄생을 의미하는 1993년 11월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발효된 직후인 1994년 발표된 로버트 라드레치(Robert Ladrech)3)의 개념적 정의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당시 회원국 확대에 기초한 EU의 발전적 미래 구상과 그 안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현상들을 기초로, ‘유럽화’ 용어 및 개념 정의를 시도하였다. 라드리치에 따르면 “유럽화란 EC(EU의 전신)의 정치 및 경제적 역학 그리고 그 이상이 각 국가의 정치 조직 및 정책 결정 논리의 일부가 될 정도로, 유럽 국가들의 정치 방향과 그 형태를 바로 잡아가는 (점진적) 과정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후 유럽화는 EU의 미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동유럽으로의 EU 확대와 함께 동유럽 국가들의 유럽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동유럽 유럽화, 이질적 문화의 통합 과정
동유럽은 그 역사적 배경에 따라 세계적으로도 두드러진 종교와 문화적 모자이크이자, 이질적 문화공간을 지닌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점은 이들 국가 간, 국가 내 민족 간 화합과 융합을 더욱 힘들게 하였으며, 양차 대전 시기 외에도 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 전환 시기 등 국제질서가 어지러운 시기마다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력 속에 다양한 민족 갈등과 국가 해체, 인종 청소를 경험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21세기에 들어와 동유럽 국가들은 통합 전환의 중요 수단으로써 유럽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했고, 이를 통해 진정한 유럽 국가가 되기를 희망하였다. 실제, 동유럽 여러 국가는 지난 30여 년간의 체제 전환 과정에서 최종 목표를 진정한 유럽 국가로의 복귀 및 정치·경제·사회·법·구조·제도의 유럽화로 삼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행 수단으로써 우선은 EU 가입과 이를 토대로 한 인적, 물적 자유 교역 등 국경 없는 유럽화를 의미하는 ‘솅겐 조약 가입’ 및 ‘유로존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동유럽의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대표 키워드는 ‘유럽화’라 할 수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20세기 말 사회주의 블록으로부터의 이탈과 체제 전환을 계기로 진정한 유럽 국가로의 편입을 향한 EU와 유로존 가입 그리고 솅겐 가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었다. 실제, 동유럽의 유럽화는 이질적 문화와 사회적 공간에 놓여있던 동유럽 각 국가 간, 민족 간 ‘통합 전환’을 위한 중요한 매개체이자 대표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을 기초로 1990년대 이후 유럽화 개념을 더 세분화하자면, △ EU 가입은 정치 유럽화 △ 유로존 가입은 경제 유럽화 △ 솅겐 조약 가입은 사회·심리적 유럽화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EU 가입을 통해 ‘정치 유럽화’에 성공한 동유럽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경제 유럽화’ 단계인 유로존 가입을 서둘러 왔다. 그 결과 슬로베니아(2007년), 슬로바키아(2009년)에 이어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과 함께 2023년 크로아티아가 유로존에 가입할 수 있었다. 아직 유로존 가입을 서두르지 않고 있는 폴란드 등 중부유럽 국가들의 경우 자국의 경제 사정과 유로존 가입의 실리를 상호 고려하며 현재 가입 진행을 모색 중인 상황이다. 이번에 솅겐 조약에 가입한 불가리아, 루마니아의 경우처럼 유럽화 유형 중 솅겐 조약 가입을 통한 ‘사회, 심리적 유럽화’는 동유럽 시민에 있어 이들이 진정한 유럽 시민으로서의 가치와 존중을 인정받았다는 안정 효과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사회, 심리적인 ‘통합 전환’의 중요 요소로 인식된다고 할 것이다. 

<표 1> 동유럽 유럽화 유형과 현황 (2025년 2월 )


자료: 저자 작성 

시사점
동유럽 국가들과 민족들은 이질적 문화공간에 따른 갈등과 충돌 그리고 인종 청소를 여러 차례 경험했었다. 하지만, 21세기 이후 공동의 목표가 된 정치적 공동체인 EU 가입과 경제 공동체인 유로존 가입 그리고 각국의 자유로운 국경 통과를 전제로 한 솅겐 조약 가입 등 다양한 유럽화 과정을 통해 오늘날 동유럽 국가들은 일련의 조화와 융합을 추진하는 중이다. 이는 이념, 체제 간 갈등 속에서 여전히 긴장감이 조성 중인 한반도의 상황에서 참고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선험적 과정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통일 한반도를 내다보는 현 우리나라의 통일 정책 차원에서 동유럽의 유럽화 과정을 통한 이질성 극복과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던져주는 일련의 시사점이 된다고 할 것이다.

 
* 각주
1) EU 회원국들이 EU 정책의 특정 분야에 참여하길 원치 않을 때 이를 거부하거나 탈퇴할 수 있는 수단인 선택적 적용(opt-out)의 경우, 2020년 EU에서 탈퇴한 영국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유로존의 경우, 현재 자발적으로 가입하지 않고 있는 덴마크는 opt-out 적용 국가이지만, 서유럽에 비해 EU 가입이 늦었던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EU 가입과 동시에 유로존 가입 진행이 의무 조항으로, 유로존 가입 대상국인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후발 참여국들은 opt-out 대상 국가에서 제외된다.
2) (편집자 주) 유로존 가입을 원하는 국가가 유로화 도입 전 2년간 유로화와 통화 환율을 연동하도록 하는 제도로, 통화 안정성 확보를 목표로 한다. 
3) (편집자 주) 영국 Keele 대학교 명예 교수, 유럽 정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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