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아프리카 내 군사적 영향력 확장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러시아 민간군사기업의 역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특히 군사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18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Wagner) 그룹은 파우스틴 아르샹쥬 투아데라(Faustin Archange Touadéra) 대통령 정권의 핵심 지지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반군 연합체인 변화를 위한 애국자 연합(CPC F)의 대변인 아부바카르 시딕(Aboubakar Siddick)은 "바그너의 보호가 없었다면 투아데라는 현재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2024년 1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투아데라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는데, 이는 2024년 푸틴 대통령의 첫 국제회담이었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Dmitry Peskov)는 "러시아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모든 분야, 특히 안보 관련 민감한 분야에서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그너 그룹의 활동은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넘어 경제적 이익 추구로도 이어졌다. 바그너 그룹과 연계된 기업들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금과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확보했다. 특히 은다시마(Ndassima) 금광의 채굴권을 보유한 기업의 금 수익은 약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 등이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세력과 거리를 두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들 국가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말리의 경우, 러시아와 금, 리튬, 우라늄, 석유, 가스 개발 관련 협정을 체결하며 경제·군사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바그너 그룹이 말리에 주둔한 이후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했다는 보고가 있는데, 무력 분쟁 위치 및 사건 데이터 프로젝트(ACLED)에 따르면, 2021년 12월 이후 2,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이 중 3분의 1은 바그너 그룹과 관련된 공격으로 인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부르키나파소는 최근 러시아와의 전략적 동맹을 심화하고 있다. 이브라힘 트라오레(Ibrahim Traoré) 대통령은 러시아 크렘린을 방문하여 "러시아와의 협력이 급속도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부르키나파소에 군사 교관 파견과 첨단 무기 제공을 약속했으며, 에너지 분야에서도 원자력 발전소 건설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아프리카 진출 확대는 서방 세력의 영향력 감소와 맞물려 있다. 코트디부아르와 차드가 최근 자국 내 프랑스군 철수를 요구했으며, 이는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의 선례를 따른 것이다. 이들 국가에서 프랑스군이 철수한 자리를 러시아가 채우면서,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와 아프리카 국가 간의 경제 및 외교 협력
러시아의 곡물 수출 및 경제적 협력 강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고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흑해 곡물 협정 파기 이후 러시아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곡물 외교를 강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은 2023년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부르키나파소, 짐바브웨, 말리,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6개국에 무상으로 곡물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러시아의 對아프리카 경제 협력은 에너지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24년 3월 소치(Sochi)에서 개최된 제13회 아톰엑스포(ATOMEXPO)에서는 알제리, 르완다, 이집트, 부르키나파소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수의 원자력 협력 계약이 체결되었다. 특히 알제리와는 핵의 평화적 이용과 과학 기술 협력에 관한 협약을, 르완다와는 핵물리학 분야의 교육·훈련·연구 협력에 합의했다. 이집트의 경우 메드파르마그룹(Med Pharma Group)이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로사톰(Rosatom)과 의료 장비 및 의료 수준 제고를 위한 협력 로드맵에 서명했다.
2023년 10월 개최된 러시아 에너지 위크(REW: Russian Energy Week)에서도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이 강조되었다. 이 행사에서 로스콩그레스 재단은 아프리카 에너지 상공회의소(African Energy Chamber)와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으며, 로사톰과 가즈프롬 등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은 아프리카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에티오피아와 러시아 간의 투자 및 환경 협력
에티오피아와 러시아는 최근 투자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2025년 2월 에티오피아 투자청장 젤레케 테메스겐(Zeleke Temesgen)과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 막심 레쉐트니코프(Maxim Reshetnikov)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서 회담을 갖고 다방면에 걸친 투자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양국은 광물자원 개발, 비료 생산, 재생에너지 발전 및 배전, 정보통신 기술 분야, 특별경제구역 현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에티오피아 투자청은 민간 부문 역량 강화와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개혁 조치를 설명하고, 양국 간 오랜 다면적 관계를 경제 분야로 확대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러시아 측은 경제 및 민간 부문 투자 확대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으며, 향후 투자 및 사업 분야를 공동으로 발굴하기 위한 투자·비즈니스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러한 협력 강화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고 새로운 경제 파트너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과 배전 분야에서의 협력은 에티오피아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러시아의 기술력을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에티오피아의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프리카 내 러시아의 미디어 및 정보 영향력 확대
아프리카-러시아 언론 포럼을 통한 미디어 협력
러시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미디어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4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서 개최된 아프리카-러시아 국제 언론인 포럼은 '우정과 협력의 길'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 행사는 러시아의 고르차코프 공공외교기금(Gorchakov Fund for Public Diplomacy)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본사를 둔 전문교육센터 알파 다이얼로그(ALPHA Dialogue)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상기 포럼에는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여러 아프리카 국가의 언론인들이 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참여하여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고르차코프 기금의 알렉산더 노비코프(Alexander Novikov)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 포럼이 단순히 우호 관계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라 러시아-아프리카 관계에서 발생하는 기회와 도전과제를 함께 다루는 장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아프리카 내 정보전 및 선전 활동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 체계적인 정보 영향력 확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2023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아프리칸 이니셔티브(African Initiative)'라는 親러시아 통신사를 설립하여 현지 언론인들을 고용해 러시아의 긍정적 이미지를 전파하는 동시에 서방의 평판을 훼손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아프리카 내 反서방 정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프랑스군이 말리에서 철수한 이후, 러시아는 자국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선언하며 영향력 확대를 도모했다. 코트디부아르와 차드는 최근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 군대의 철수를 요구*했으며, 니제르, 말리, 부르키나파소와 같은 군사 정권 국가들은 이미 서방과 단절하고 러시아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 [월간정세변화] 프랑스 군의 철수를 요청하는 아프리카 주요국...주요 국가들의 자주 국방 의지 강화 (2025.1.31.)
러시아의 정보 영향력 확대는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22년 프랑스군이 완전히 철수한 이후, 러시아는 현지 미디어를 통해 자국의 군사 지원이 국가 안정에 핵심적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투아데라 대통령은 최근 푸틴과의 회담에서 "러시아 군사 교관들이 훈련한 군대가 테러리스트들을 효과적으로 격퇴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러시아의 군사 지원을 공개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미디어 전략은 단순한 선전을 넘어 실질적인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방 군대가 철수한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의 체계적인 정보전 및 선전 활동이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러시아와의 협력에 대한 다양한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립적 입장과 러시아와의 관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적 입장(러시아 비판 자제)을 고수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 대통령은 G20 회의에서 다자주의와 국제법이 세계 위기를 해결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주요 강대국들 간의 합의 부족이 ‘국제사회의 화합’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역사적으로 소련이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과 탈식민지화 운동을 지원했던 배경으로 인해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야당측은 러시아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당(MK당)의 플로이드 시밤부(Floyd Shivambu)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를 “나토와 서방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원인을 우크라이나 측에 돌렸다. 제이콥 주마(Jacob Zuma) 전 대통령의 측근인 마가젤라 음조베(Magazela Mzobe)는 “젤렌스키가 푸틴을 자극했다”며 “우리는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을 우리의 친구로 여긴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국제 분쟁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로날드 라몰라(Ronald Lamola) 외교부 장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을 위한 협상 경험과 아프리카 대륙 내 분쟁 중재 경험을 바탕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리토리아 대학의 킹슬리 마쿠벨라(Kingsley Makhubela) 정치분석가는 유럽연합(EU)조차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재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르완다의 국제사회에 대한 비판과 러시아와의 관계
르완다의 폴 카가메(Paul Kagame)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개발도상국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조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가메 대통령은 원조가 르완다의 회복과 발전에 필수적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의존성을 조장하고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카가메 대통령은 1994년 제노사이드 이후 르완다가 외국 원조에 크게 의존하던 1998년부터 이미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영국의 국제개발부 장관이었던 클레어 쇼트(Clare Short)와의 대화에서 그는 “원조가 르완다의 자립을 돕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르완다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서방 원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로사톰(Rosatom)과 체결한 핵물리학 및 기타 분야에서의 교육, 훈련, 연구 협력 합의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르완다는 국제사회의 원조가 아닌 자체적인 역량 강화를 통해 발전을 이루고자 하며, 이를 위해 러시아와 같은 대안적 협력 파트너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