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이슈트렌드] 러시아, 탈레반 공식 정부로 승인...국제적 고립 속 새로운 전략적 동맹 관계 구축
러시아 이경은 EC21R&C 연구원 2025/07/11
자료인용안내
자료를 인용, 보도하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 EMERiCs 러시아ㆍ유라시아 ”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공식 정부 승인 및 국제적 파장
o 세계 최초 탈레반 정부 공식 승인 및 외교적 시사점
-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2025년 7월 4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공식 정부로 승인하였으며, 이는 탈레반이 2021년 8월 미군 철수 이후 재집권한 지 약 4년 만에 이루어진 첫 번째 국제적 승인임. 러시아 외교부는 굴 하산 하산(Gul Hassan Hassan) 신임 아프가니스탄 대사의 신임장을 접수하였으며, 이번 결정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적인 양자 협력이 촉진될 것"이라고 평가함.
- 이번 결정 이후 주러시아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에는 탈레반의 깃발이 게양되었으며, 아미르 칸 무타키(Amir Khan Muttaqi) 아프가니스탄 외교부장관은 이를 "용감한 결정(brave decision)"이라고 평가하고 여타 국가들에게도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부연함.
o 아프가니스탄 여성단체 및 前 정치인들의 비판
- 아프가니스탄 여성정치참여네트워크(Afghan Women's Political Participation Network)는 이번 결정이 "권위주의적이고 반(反)여성적이며 기본적인 시민권을 해체하는 정권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함. 아울러, 파우지아 쿠피(Fawzia Koofi) 前 아프가니스탄 정치인 역시 "탈레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어떤 국가의 움직임도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함.
- 2021년 탈레반 재집권 이후 아프가니스탄 여성 및 소녀들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되었는데, 가령 12세 이상 여학생들의 교육이 금지되었으며, 여성들의 대학 진학과 대부분의 직업 활동이 제한됨. 또한 남성 보호자 없이 여성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제한되었으며,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없도록 규정함. 이와 관련, 유엔 인권사무소는 탈레반의 여성 정책을 "성별 아파르트헤이트(Gender Apartheid)"라고 비판함.
□ 러시아-탈레반 간 전략적 협력 강화와 경제·안보 분야 파트너십 구축
o 에너지·교통·농업 분야 협력 확대 계획
- 러시아 외교부는 탈레반과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교통, 농업, 인프라 분야의 프로젝트에 중점을 둔 무역 및 경제 협력"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보고 있다고 설명함. 러시아는 지난 2022년 아프가니스탄에 석유, 가스, 밀을 공급하기 위한 경제 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을 동남아시아로 가는 가스 운송의 중계 허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함.
- 경제적 협력 이외에도,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국 간 파트너십을 확장해오고 있음. 러시아는 탈레반 재집권 이후 카불(Kabul)에 사업 대표사무소를 개설한 최초의 국가이며, 2025년 6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St.Petersburg International Economic Forum)에 탈레반 대표단을 초청하여 공식 행사에 참여시키는 등 관계 강화를 위한 조치를 추진해온 것으로 확인됨.
o 對테러 협력 및 지역 안보 강화 방안
-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24년 7월 탈레반을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동맹(allies in fighting terrorism)"이라고 규정하며, 러시아가 탈레반과 "대테러 분야에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음. 전문가들은 이러한 러시아의 입장이 2024년 모스크바(Moscow)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ISIS-K: Islamic State – Khorasan Province)의 테러로 약 143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對테러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한 데 기인한다고 분석함.
- 러시아는 2025년 4월 탈레반을 테러 조직 목록에서 제외하였으며, 이를 통해 "러시아와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이익을 위한 탈레반과의 본격적인 파트너십 구축의 길을 열었다"고 설명함.
□ 국제사회의 반응과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 심화에 따른 새로운 동맹 모색
o 서방 국가들의 비판 및 여타 국가들의 탈레반 관련 입장
- 이번 러시아의 결정은 서방 국가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탈레반을 공식적인 정부로 승인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여전히 탈레반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있음. 한편 독일은 아프가니스탄 이주민 송환을 위해 탈레반과의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서방 국가가 탈레반과 공식 협정을 맺는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음.
- 한편 중국, 아랍에미리트,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등은 카불에 지정 대사를 두고 있으나 탈레반을 공식 정부로 승인하지는 않은 상태임.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는 2021년 약 90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의 아프가니스탄 자산을 동결시켰으며, 이러한 국제사회의 공식 정부 미승인 및 제재 등의 조치는 탈레반이 해외에 보유중인 아프가니스탄 정부 자금에 접근할 수 없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음.
o 러시아, 외교적 고립 속 신규 동맹 관계 모색
-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결정이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동맹국을 모색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함. 러시아는 최근 북한, 이란 등 권위주의 정권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온 바 있으며, 이들 국가들로부터 군사적, 기술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관찰됨. 특히, 이란은 러시아에 수천 대의 샤헤드(Shahed) 공격 드론을 제공하였으며, 북한은 러시아 쿠르스크(Курск) 지역에 지원 병력을 파견함.
- 한편 기존 우호국들과의 관계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가령 아제르바이잔과는 2024년 12월 아제르바이잔 항공기 격추 사건 이후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었으며, 아르메니아 역시 2024년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 참여를 중단하고 2025년 EU 가입을 위한 절차를 시작함.
-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탈레반 정부 승인은 새로운 지정학적 파트너를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결정이 "상징적 제스처(symbolic gesture)"에 불과하며 기존 러시아-아프가니스탄 관계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음.
< 감수 : 이평래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Financial Times, Russia becomes first country to recognise Afghanistan’s Taliban government, 2025.07.04.
BBC, Russia becomes first state to recognise Afghanistan's Taliban government, 2025.07.04.
Euro News, Russia’s diplomatic circle of friends: Taliban and North Korea in, Azerbaijan and Armenia out, 2025.07.04.
The Washington Post, Russia becomes first country to recognize the Taliban government, 2025.07.04.
The Moscow Times, Taliban praise Russia’s ‘brave decision’ to recognise their rule in Afghanistan, 2025.07.04.
The Guardian, Taliban praise Russia’s ‘brave decision’ to recognise their rule in Afghanistan, 2025.07.03.
본 페이지에 등재된 자료는 운영기관(KIEP) 및 EMERiCs의 공식적인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전글 | [이슈트렌드] 아제르바이잔,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지역 세력균형 변화 기조 | 2025-07-04 |
---|---|---|
다음글 | [이슈트렌드] 러시아, 아제르바이잔과의 긴장 고조 속 아르메니아 내 군사력 증강 기조 | 2025-07-10 |